“X-ray 10만장 정리하며 진땀 꽤나 흘렸죠”

2020. 1. 30. 11:34SNUH-RAIL NEWS

의료 인공지능 '루닛 인사이트' 개발 참여한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창민 교수
폐암, 폐전이암 진단에 도움 기대

 

[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] 의료 관련 인공지능(AI)은 의사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정확했던 모양이다. 최근 서울대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상을 보조 판독하는 데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. '루닛 인사이트'가 그 주인공인데 영상의학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. 

루닛 인사이트는 폐암이나 폐전이암이 의심되는 소견을 발견하는 AI 프로그램이다. 크기가 작거나 갈비뼈와 심장 같은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폐암 결절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으로 발표됐다.

개발 초기부터 서울의대 박창민 교수(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)가 의료기기 회사 루닛과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. 박 교수에게 루닛 인사이트 개발 과정과 장점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들어봤다. 

- 실제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에서 루닛 인사이트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하다. 

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할 때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사용하듯 루닛 인사이트도 소프트웨어다. 병원이 의료영상정보시스템(PACS)에 루닛 인사이트 프로그램을 추가해 사용하면 된다.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환자가 흉부 X-ray를 촬영하면 곧바로 PACS로 전송되는데, 이때 루닛 인사이트가 판독한 영상정보도 같이 전송된다. 그동안 영상의학과 의사가 한 장의 X-ray만 보고 판독했다면 동시에 두 장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.

루닛 인사이트가 환자의 병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환자 흉부 X-ray에 '동그라미' 표시를 한다. 영상의학과 의사가 이를 보고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방식이다. PACS와 동시에 보기 때문에 판독하는 의사의 시간을 더 빼앗지는 않는다. 

- 루닛 인사이트 개발 초기부터 참여했다고 들었다. 동기는 무엇인가? 

2015년부터 루닛 백승욱 전 대표가 찾아와 미팅하면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. 당시 우리 병원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PACS와 캐드(컴퓨터 보조진단)를 연동하기 위해 연구하던 중 진행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었다. 연동되지 않아 환자에게 적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루닛에서 딥러닝을 이용해 PACS와 진단보조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. 

- 개발 과정은 어땠는가? 

3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. 딥러닝에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병원에 있는 약 10만장이 넘는 흉부 X-ray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. 또 정상인 흉부 X-ray를 다시 보는 작업도 거쳤다.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. 만일 다른 교수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. 단순하게 논문을 쓰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. 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음은 틀림없다.

- 폐암이나 폐전이암 등의 진단율이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해도 되나? 

물론이다. 흉부 X-ray는 폐암을 포함한 다양한 흉부질환 진단에 매우 중요한 검사지만 그 특성상 판독 정확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. 루닛 인사이트를 사용하면 폐암 진단 정확도 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. 연구 논문에서도 판독 정확도는 악성 폐 결절 분류의 경우(ROC 분석 기준) 92~96%, 일반 폐 결절 유무의 경우(JAFROC 분석 기준)는 83~92%로 나타났다.

또 의사 18명을 대상으로 한 판독 능력 정확도 비교에서 악성 폐 결절 분류의 경우 인공지능 91%, 의사 77~94%로 나타났다. 일반 폐 결절 유무의 경우는 인공지능 89%, 의사 66~86% 정확도를 보였다. 

-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? 

문제는 임상 현장에서도 논문과 같은 판독 정확도를 나타낼 것이냐다. 논문에서 나온 결과 값은 연구 디자인을 해서 나온 결과다. 연구를 위해 병변이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, 없는 데이터를 따로 모았다. 이 데이터를 가지고 딥러닝을 한 것이다. 학습한 데이터 안에서는 정확도가 높게 나올 수 있다.

그런데 현실은 다르다. 정상 같은 비정상도 있고, 다양한 비정상이 존재한다. 따라서 현장에서 루닛 인사이트가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. 더 많은 실험적 세팅이 필요하다. 

- 다른 병원들도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.

가능할 것이다. 루닛 인사이트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공지능 기반 영상분석 의료기기로 승인받았고, 소프트웨어라 병원이 원하면 루닛과 계약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. PACS가 설치돼 있지 않은 작은 병원들도 사용할 수 있다. 

- 폐암 이외의 다른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다.

최근 감염학 분야 학술지 임상감염병학에 보고한 적이 있는데, 활동성 폐결핵을 검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. 또 결핵이나 기흉 등과 관련한 논문도 곧 나올 예정이다.


ⓒ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


출처 : 메디칼업저버(http://www.monews.co.kr)